아베마리아 출판사

요셉 데 갈라산즈Joseph de Calasanza 성인은 1556년 9월 11일 스페인 아라곤의 페트랄타 데 라 살 근처의 갈라산즈 성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페드로 갈라산즈 남작과 어머니 마리아 가스토네아의 다섯 아들 중 막내아들이었다. 부모는 아들 요셉을 특별히 애지중지하며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요셉은 에스타디야에서 문법과 수사학을 공부했으며, 1571년부터는 레리다 대학에서 철학과 법학을 공부하여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577년의 일이다. 이어서 발렌시아 대학과 알칼라 데 에나레스 대학에서는 신학을 공부했다.

주님께서 부르시니

모든 그리스도교 학교의 천상 수호자인
요셉 데 갈라산즈 성인

훌륭한 가문의 자손으로서 걸맞은 교육을 받고 신앙도 지닌 청년 요셉은 사람들과의 교제에서도 또래 청년들과 달랐다. 귀족 부인이나 동년배 이성들과 만나기 전에 반드시 성모상 앞에 엎드려 기도했다고 한다. 그 시기에 떨어지기 쉬운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요셉이 신학을 공부하며 하느님과의 삶을 꿈꾸고 있던 그 시기에 어머니와 형이 사망하는 불행이 닥쳤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 요셉이 결혼하여 가문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1582년에 요셉이 갑자기 중병으로 앓아눕고 말았다. 요셉은 다시금 주님께 의탁하며, 완쾌되면 꼭 신부가 되어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생을 바치겠다고 서약했다. 놀랍게도 병세에 차도가 생기면서 이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아버지는 아들 요셉을 결혼시키려는 뜻을 접었고, 요셉은 자신의 성소를 따르는 데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침내 1583년 12월 17일 요셉은 사제서품을 받았다. 알바라신 교구에서 사목 활동 중인 요셉 데 갈라산즈 신부를 교구장인 델라 피궤라 주교는 자신의 고문 신학자이며 주교대리로 임명했다. 1586년에 주교는 몬세라트의 수도원으로 사목 방문을 가면서 요셉 신부를 비서로 대동하여, 피레네 산맥의 외딴 지역들에서 사목하는 성직자들의 개혁과 신앙 재건을 돕도록 했다.
이듬해에 주교는 수도원에서 사망했지만 요셉 신부는 거기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늘 기도하고 고행하는 그의 모습은 신자들에게도 감명을 주어 많은 이들을 하느님과 교회로 불러들였다.

주님께서 맡기시니

요셉 데 갈라산즈 신부는 이 모든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1592년 로마로 갔다. 그의 성덕과 박식함을 전해들은 마르코 콜론나 추기경이 초청했기 때문이다. 추기경은 요셉 신부에게 중대한 임무들을 맡기면서 자신의 고문 신학자 겸 조카의 스승으로 삼았다. 요셉 신부는 명예롭고 안락한 직무에 안주하지 않고 충실하고 분주하게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저녁마다 로마의 일곱 대성당을 순례하였다.
그러면서 로마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상류층의 환경에서 자랐고 그에 상응하는 교육과 대접을 받으며 살아온 그가 그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가난하고 무지한 그들의 삶을 돕고, 특히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시키는 일에 조금씩 관심을 더해가면서 훗날 이를 본격적으로 행하는 공동체를 설립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요셉 신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시작한 일은 부모가 죽은 뒤 버림받은 고아들과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시키는 일이었다. 가난 탓에 전혀 교육을 받지 못했고 교리 지식도 전무한 것을 가엾게 여겨 그들을 모아 교리를 가르치고 성인들에 관해서도 알려주었다. 그는 ‘그리스도교 교리 형제회Confraternity of Christian Doctrine’에 참여하여 그 일을 체계적으로 하고 싶었다. 성 도로테아 성당의 브렌다니 신부가 그에게 방 두 개를 내어주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주었다. 다른 두 신부도 도움을 약속하자 요셉 신부는 티베르 강을 끼고 있는 빈민가에서 유럽 최초의 무료 공립학교를 열었다. 1597년 11월이었다.
“교육은 어린이들의 출신이나 가정의 상태에 관계없이 그들의 악을 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더 쉽게 그리고 더 자발적으로 선행을 하도록 자극을 주고 인도하는 데 가장 좋은 도움입니다.”
교황 글레멘스 8세(1592-1605년 재위)는 이 학교에 매년 지원금을 보내주었고, 1602년에는 회칙 <Vivae Vocis Oraculo>를 통해서, 요셉 신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교사들의 모임을 서원하지 않는 재속단체로 승인해주었다. 그해에 요셉 신부는 산 안드레아 델라 발레에서 집을 세내어 협조자들과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페스트가 로마에 만연하자 요셉 신부는 환자들을 간호하고, 위중한 이들에게는 종부성사를 주고, 죽음을 맞은 이들을 정성껏 묻어주면서 사제로나 인간적으로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후임 교황 바오로 5세(1605-1621년 재위)도 요셉 신부의 사목과 공동체를 계속 지원해주었다. 1612년에 학교는 산 판탈레오네에 인접한 토레스 저택으로 옮겨갔으며, 거기서 요셉 신부의 소명은 말년까지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는 아이들과 생활하고 가르치면서 수도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많은 이들의 지원과 협력으로 이와 유사한 많은 학교들이 설립되어 학생 수가 천여 명에 이르게 되었다.
마침내 1621년 11월 18일에 교황 바오로 5세는 요셉 신부가 설립한 학교 공동체를 공식 수도회로 인준해주었는데, ‘신심 학교를 위한 가난한 천주의 모친 성직 수도회’(Ordo Clericorum Regularium Pauperum Maris Dei Scholarum Piarum, 피아리스트회)이다. 요셉 신부는 교황의 명에 따라 이 수도회의 초대 총장이 되었다.

주님께서 허許하시니

어린이들 특히 가난한 아이들을 먹이고 돌본 요셉 데 갈라산즈 성인

총장 요셉 신부는 이 수도원 학교를 초급과 중급 과정으로 교과과정을 면밀히 구성했으며, 어린이들이 선善을 사랑하도록 교육 원칙을 세웠다. “어린이들이 처음부터 신앙과 문학 교육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삶이 행복함을 알게 된다.”고 그는 기록하였다.
이들 학교는 이탈리아 전역뿐 아니라 스페인과 폴란드 등 유럽 곳곳으로 진출하여 큰 발전을 거듭했다. 그의 생전에 이미 6개 관구에 회원 500명을 거느린 37개 공동체의 수도회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스페인 국왕 필립은 요셉 신부를 주교로 추대하여 스페인으로 부르려 했으며, 교황은 요셉 신부를 추기경으로 임명하려 했지만 그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 외의 모든 것을 사양했다.
그러나 거룩한 사업에는 악마의 방해와 공작이 따라오는데, 총장 요셉 신부를 시기하여 방해하고 내부 갈등을 일으키는 이들이 있었다. 요셉 신부는 형제들에게서 심한 비난과 비판에 직면했으며, 야심을 가진 후계자들이 심각한 분쟁을 일으켰다. 외부에서도 그의 수도회를 향한 비판이 가중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교육받게 되면 그때까지 해오던 일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회에 큰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1643년 교황 우르바노 8세(1623-1644년 재위)는 요셉 신부의 퇴임을 명했다. 요셉 신부는 총장직을 내놓았으며,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교황청에서 심문을 받는 수모도 감내해야 하였다. 1646년 교황청은 그의 수도회를 평신도들의 단체로 격하시켰다.
요셉 신부가 병상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수도회를 분열시킨 그 수사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자 요셉 신부는 그를 끌어안으며 그랬다.
“형제여, 나는 오늘처럼 기쁜 적이 없었습니다. 수사님이 마음을 고쳐서 하느님의 품에 돌아오기를 끊임없이 기도했습니다.”
요셉 신부는 자신의 수도회가 복권되리라는 희망을 안고서 이 세상과 작별했다. 1648년 8월 25일이다. 그의 희망대로 그의 수도회는 1656년에 단순서원 수도회로, 1669년에는 장엄서원 수도회로 완전히 복권되었다. 그의 사후 100년이 되는 해에 그의 유해를 열었는데, 혀와 심장이 조금도 부패되지 않았었다. 또한 그의 전구로 인한 기적도 적지 않게 보고되었다.
교회는 1748년 8월 7일 갈라산즈의 요셉 신부를 시복했으며, 1767년 7월 16일 시성하였다. 축일은 8월 25일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요셉 데 갈라산즈 성인을 ‘모든 그리스도교 학교의 천상 수호자’로 선포하였다.
‘신심 학교를 위한 가난한 천주의 모친 성직 수도회’는 발전을 거듭하여 전 세계로 진출했으며, 수만 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그리스도인으로 키워가고 있다.

그리스도께 매달려 그분만을 기쁘게 해드리도록 노력합시다

요셉 데 갈라산즈 성인이 사용하던 시간 전례서

요셉 데 갈라산즈 성인이 1621년에 쓴 글이다. 어린아이들, 특히 가난한 아이들을 향한 그의 진심과 사랑을 읽을 수 있다.
“어린이들, 특히 가난한 어린이들을 교육시키고 이렇게 하여 그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하는 데 헌신하는 것은 고귀하고 큰 공로가 되는 직분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린이들의 교사가 되어 그들의 육신과 영혼의 선익을 찾으며 지식을 전수하고 특히 그들에게 신앙과 그리스도교 교리를 가르쳐주는 사람은 어떤 면에서 보면 그들에게 수호천사들이 하는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교육은 어린이들의 출신이나 가정의 상태에 관계없이 그들의 악을 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더 쉽게 그리고 더 자발적으로 선행을 하도록 자극을 주고 인도하는 데 가장 좋은 도움입니다. 교육을 통하여 어린이들은 더욱 개선되어 교육을 받은 후에는 그것을 받기 전에 어떤 상태였는지 모를 정도로 변합니다. 그들은 마치 나무에서 움트는 새싹과 같습니다. 새싹은 처음에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자라나게 할 수 있지만 일단 굳어지면 그것을 고칠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전혀 없어지고 맙니다.
어린이들 특히 가난한 어린이들을 적절히 교육시킨다면, 그것은 그들 자신에게만 인간적 품위의 향상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그 교육은 신앙 면에서건 물질적 발전의 면에서건 사회의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이 올바른 길로 걸어가는 것을 볼 때 기뻐하는 반면, 시 당국자들은 정직하고 착한 시민들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특히 교회로서는 기뻐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이 젊은이들은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이들로서 교회의 다양한 생활 및 활동 분야에 성숙한 이답게 또 효과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이 교직을 수행하고자 하는 이들은 그것을 더 훌륭히 수행할 수 있도록 넘치는 사랑과 큰 인내심의 무기를 지녀야 합니다. 특히 그들은 겸손에 기초를 두고 진리를 가르칠 합당한 도구가 되고, 이 고귀한 직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힘을 지니며, 천상 은총에 풍성해지도록 하느님께 겸손하게 간구해야 합니다. 성경은 ‘많은 이들을 정의의 길로 인도하는 이들은 별처럼 길이길이 빛날 것이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교직자들이 종신서원으로써 이 직분을 수행하기로 하고 그리스도와 일치되어 그분만을 섬기는 데 노력한다면 이 직분의 효과를 더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주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입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