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성모님의 성심 공경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에우데스Joannes Eudes 성인은 1601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아르자탕 근교에 있는 마을 리Ri에서 유복한 외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하느님과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께 늘 의탁하고 봉헌하며 살아가는, 신심이 두터운 신앙인이었다.
요한 에우데스는 14세에 부모의 소망에 따라 캉Caen에 있는, 예수회가 세운 학교에 입학하여 교육을 받았다.
교회 안팎에서 일어나던 바람
1517년 독일의 마르틴 루터 신부가 내건 ‘95개조의 의견서’로 인해 교회가 분열되면서 프로테스탄트가 생겨났다. 교회 분열의 양상은 독일에서부터 시작되어 북유럽으로 점차 번져나갔다. 그런 상황에서 가톨릭 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년)를 열어 교회의 진리를 재확인하고 시대 변화에 따른 쇄신의 장을 마련하면서 분열의 바람을 차단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면서 이전 시기에 비해 종교적 열정이 고조되고 있었으며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프로테스탄트와의 갈등을 물리적인 어떤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가톨릭 교회가 프로테스탄트보다 우월하며 하느님의 진리라는 보화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증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리하여 수도생활에 헌신하고, 교회 건축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바치는 이들이 늘어났다. 영성생활이 심화되었으며, 그와 관련된 서적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뛰어난 영성을 지니고 거룩하게 산 성인들도 이 시기에 많이 배출되었다.
프랑스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직자의 교육과 자선 사업을 위한 수도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교육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업적을 이룩한 수도회가 1611년 베륄(1575-1629년)이 세운 오라토리오회였다. 이 오라토리오회는 트리엔트 공의회의 정신에 따른 성직자 양성을 주된 목적으로 했으며, 일부 교과목을 프랑스어로 가르쳤다. 당시는 교회의 전례와 신학교의 모든 수업은 라틴어만이 통용되었다.
열정적인 목자, 뛰어난 설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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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에우데스 성인(1601-1680년, 축일 8월 19일) |
요한 에우데스는 1623년에 이 오라토리오회에 입회했다. 성직자들의 성화와 가르침을 재정립하기 위해 일하던 오라토리오회The Congregation of Oratory였다. 이 선택은 아들이 신앙을 지키면서 세상에서도 출세하기를 바랐던 부모의 바람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24세이던 1625년 12월 20일에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노르망디 지역에서 본당 사목에 전념하였다.
그가 사제서품을 받은 직후 노르망디 지역에 흑사병이 퍼지면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에우데스 신부는 그해부터 6년 동안 그 전염병이 창궐하던 기간에 환자들을 돌보고 병자성사를 주는 데 헌신했다. 불가항력으로 보이는 재앙으로 인해 인심이 흉흉하고 신심이 퇴폐하자 그는 여러 가지 신심행사를 열어 신앙으로 극복하도록 도왔다.
그 시기에 그는 설교가로서의 명성도 떨치기 시작했다. 1640년부터 유행하던 이단 얀센주의(벨기에 루뱅 대학교의 대표적인 신학자였던 얀센(1585-1638년)이 주장한 이단 교리이다. 아우구스티노의 원죄론과 은총론을 편협적으로 이해하고 다른 신학과 신심에 접목시켜, 은총과 자유의지와 의화 등에 대한 이론을 극단적으로 전개시켰다.)에 맞서서 교회의 진리를 옹호했던 것이다.
그는 일생 동안 총 115차례의 설교를 하였는데, 두 달 반 동안 지속적으로 설교를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매일 각 한 시간씩 두 차례에 걸쳐 설교를 했는데, 아침에는 강론을 하고 오후에는 교리를 강의했다. 그는 교회와 신자들 모두를 향해 비판의 각도를 높였다.
“민중 계급은 신앙을 버리고 마술사와 미신을 찾고 있으며, 높은 계급의 사람들은 모든 악덕의 본보기를 제공하고 있고, 성직자들은 무지할 뿐 아니라 전염병이 발생하자 자신의 양 떼를 버리고 타락한 생활을 하고 있다.”
어떤 주교는 에우데스 신부의 강론을 이렇게 칭찬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훌륭한 강론을 많이 들었지만 이처럼 심오하게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즈음에 그가 속한 오라토리오회는 본래의 목적인 성직자 교육을 등한시하고 있었다. 그는 오라토리오회의 활동에 반감을 갖게 되었으며, 만약 사제가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본당 사목 활동은 단지 일시적인 성공만을 할 수 있을 뿐이라며 성직자 교육을 강조하고 강한 열의를 가졌다.
사제회와 수녀회 설립
본당 사목 활동에 열성적이던 에우데스 신부가 수녀회를 설립하게 된 동기는 이러하다. 그는 성체회의 일원이었는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자선활동을 하는 동시에 비신자와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의 개종을 위하여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하는 단체였다. 1641년에는 평신도들인 장 드 베르니에르와 가스통 드 렌티와 함께 성체회와 성모 마리아 방문 수녀회의 도움을 받아 거리의 여성들을 위한 ‘회개한 죄인들을 위한 보호소’를 캉에 열었다. “불쌍한 이들이 원하는 것은 경건한 성당이 아닌 깨끗한 집이다.”라는 마들렌 라미의 말에 큰 감명을 받은 영향이기도 하다. 이는 1651년 2월 8일에 ‘착한 목자회Ordre de Notre Dame de Charite du Refuge’라는 이름으로 교구 승인을 받았으며 1666년에는 교황청으로부터 수녀회로 인가를 받았다. 이 수녀회는 타락한 여성들의 회개에 주력했다.
한편 1642년 에우데스 신부는 당시 프랑스 왕 루이 13세의 총리인 리슐리외 추기경으로부터 캉에 신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 교회와 세상이 필요로 하는 영적인 사제들을, 당시 교회에 큰 위협을 가하던 이단 얀센주의를 맞서는 사제들을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는 오라토리오회에 대한 그의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당시 오라토리오회의 총장이었던 부르고잉과의 불화가 초래되었다. 그 결과 이듬해인 1643년에 에우데스 신부는 오라토리오회를 탈퇴하고 새로운 사제회를 세웠다. 교구 신학교에서 성직자를 양성하고 본당 사목에 힘쓰는 재속 사제회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많은 비판과 몰이해를 감내해야 했다. 교황청의 인가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1650년 쿠탕스의 주교가 교구 내에 신학교를 설립해달라고 에우데스 신부에게 요청하면서 그의 사제회는 다시 활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1653년에 리지외에, 1659년에 루앙에, 1666년에 에브뢰에, 1670년에는 렌에 신학교를 세웠다.
이 사제회의 사제들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하기까지 노르망디 지역의 대부분의 신학교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1792년 10월 대학살 때 그들 가운데 루이 16세의 고해 신부였던 에베르와 다른 두 사제들은 희생되었으며, 사제회도 해산되었지만 1826년에 재조직되었다. 1851년에는 교황청 인가를 받은 후 ‘예수 마리아 수도회Congregatio lesu et Mariae’로 공식 명칭을 정했으며, ‘에우데스회Eudistarum’로도 불린다. 오늘날에는 프랑스, 캐나다,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예수님과 성모님의 성심을 향한
뜨거운 사랑
요한 에우데스 신부의 삶과 사목을 그처럼 뜨겁게 타오르게 한 것은 예수님과 성모님의 성심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리라. 교회와 세상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도 예수님과 성모님을 향한 사랑 때문이다. 그 결과 그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성심 공경의 아버지”라는 영예로운 별칭도 갖게 되었다. 그가 만든 사제회 사제들은 설립자의 정신을 보여주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성심 뺏지를 달고 다녔다.
우리 교회가 예수님의 성심을 공적으로 공경하도록 큰 계기를 마련하고 확산시키게 된 것은 프랑스 파레르모니알의 성모 마리아 방문 수녀회의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 성녀(1647-1690년, 축일 10월 16일)에게 예수님께서 직접 당신을 드러내시고 말씀하신 덕분이다. 그러나 마르가리타 수녀를 통한 예수님의 요청이 많은 반대에 부딪히는 바람에 1686년 초에 가서야 예수님의 성심을 기리는 축일이 수녀원에서 거행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미 그보다 40년 전인 1648년에 에우데스 신부는 자신의 수도회에서 예수 성심을 공경하는 날을 제정하여 지냈다. 렌의 주교에게서 허락을 받아 1672년 10월 20일에는 예수 성심 축일 미사를 교회 역사상 최초로 공식적으로 봉헌하였다. 이렇듯이 그는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 성녀와 더불어 예수 성심의 공경과 신심 전파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다. 1637년에 쓴 <La Vie et le royaume de Jesus dans les ames chretiennes그리스도인의 영혼 속에 있는 예수님의 생명과 왕국>, 69세이던 1670년에 쓴 <흠숭하올 예수님의 성심에 대한 신심> 등의 책은 그 사랑의 일부를 보여준다.
그는 예수님의 성심을 향한 사랑에서 그치지 않고 그분의 거룩한 어머니 마리아의 성심께도 못지않은 사랑을 바쳤다. 1670년에 완성한 <Le Coeur admirable de la Tres Sacree Mere de Dieu하느님의 거룩한 어머니의 경탄하올 성심>에서 그의 극진한 사랑을 볼 수 있다. 또한 직접적인 신심 행사를 통해 교회 안에서 성모님의 성심에 대한 신심이 자리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는 17세기의 다작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힐 정도로 많은 글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저작들은 상당수가 프랑스 대혁명 중 분실되었으며 남은 저작들은 1905년에서 1911년 사이에 12권의 전집으로 엮어졌다. 이 전집에서 6, 7, 8권은 예수님과 성모님의 성심에 관한 저작이다. 11권은 성모님의 성심에 관한, 12권은 예수님의 성심에 관한 이론과 역사와 실천에 관한 내용이다. 교황 레오 13세는 요한 에우데스 신부를 “예수님과 마리아의 성심에 대한 전례적 헌신의 작가”로 인정했다.
요한 에우데스 신부는 1680년 8월 19일 캉에서 선종했다. 1909년에 시복되었으며, 1925년에 시성되었다. 축일은 8월 19일이다.
구원과 참된 생명의 원천이신
예수님의 성심
형제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참된 머리이시고 여러분은 그분의 지체라는 것을 생각해 주십시오. 그리스도는 여러분으로 볼 때 지체들의 머리이십니다. 그분의 모든 것, 즉 그분의 정신, 마음, 육신, 영혼 그리고 그분의 모든 기능들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분을 섬기고 찬양하며 사랑하고 찬미하기 위해 그 모든 것을 마치 여러분의 것인 양 사용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로 볼 때 머리이신 그분의 지체들입니다. 따라서 그분은 여러분이 지닌 모든 기능들도 마치 당신의 것인 듯 그것들을 아버지를 섬기고 영화롭게 하는 데 열렬히 사용하고 싶어 하십니다.
그런데 그분은 여러분에게 속하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머리가 몸의 지체와 함께 살며 그들을 다스리는 것처럼 그분은 여러분 안에 계시고 생활하시며 또 여러분을 다스리기를 원하십니다. 그분은 당신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여러분 안에서 다스리기를 원하십니다. 당신의 정신이 여러분의 정신 안에, 당신의 마음이 여러분의 마음 안에, 그리고 당신 영혼의 기능들이 여러분의 그 기능들 안에 있기를 원하시고, 또 “예수의 생명이 여러분 안에 드러나도록 여러분은 자기 몸에 하느님의 영광을 지니십시오.”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성취되기를 원하십니다.
여러분도 하느님의 아드님께 속하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지체들이 머리에 결합되어 있듯 여러분은 그분 안에 결합되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지닌 모든 것이 그분께 접목되어 그분에게서 생명을 얻고 그분에 의해 다스려져야 합니다. 참된 생명의 유일한 근원이신 그분 안에서가 아니라면 여러분에게 참된 생명은 없습니다. 그분을 떠난다면 죽음과 파멸밖에 없습니다. 그분은 여러분의 지향과 행위와 능력의 유일한 원리가 되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분으로 말미암아 그분을 위해 살아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들 가운데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사람도 없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죽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더라도 주님을 위해서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도 주님의 것이고 죽어도 주님의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자의 주님도 되시고 산 자의 주님도 되시기 위해서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러므로 지체들이 머리와 함께 하나이듯이 여러분은 예수님과 함께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그분과 함께 하나의 정신, 하나의 영혼, 하나의 생명, 하나의 의지, 하나의 지향, 그리고 하나의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그리스도 친히 여러분의 정신, 마음, 사랑, 생명 그리고 모든 것이 되셔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이 위대성은 세례성사에서 기원하고, 견진성사와 하느님께서 나누어주시는 다른 은총의 훌륭한 사용으로 말미암아 튼튼하게 되며, 무엇보다 성체성사를 통해서 완성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