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마리아 출판사

알로이시오 곤자가Aloysius Gonzaga 성인은 1568년 3월 9일 아버지 페란테 곤자가Ferrante Gonzaga와 어머니 마르타 타나 산테나Marta Tana Santena 사이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이탈리아 북부의 카스틸리오네에 있는 부유한 귀족 가문이었다. 세상의 명성을 추구하고 명예욕이 컸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 알로이시오가 훌륭한 군인이 되어 세상에 이름을 남기기를 원했다. 알로이시오는 이미 네 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군대 사열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또한 가정교사인 피에르프란체스코도 아주 신앙심이 깊고 영적인 사람이어서 알로이시오의 영적 성장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일곱 살 때 성경의 시편을 암송할 수 있었다.

순결 서약, 첫영성체

알로이시오가 아홉 살 때인 1577년, 그의 아버지는 스페인의 왕 펠리페 2세의 부름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아들 알로이시오를 피렌체의 대공인 프란치스코 데 메디치의 시동侍童으로 들여보냈다. 거기서 알로이시오는 곤자가 가문의 대를 잇는 교육을 받았다. 라틴어와 이탈리아의 표준어인 토스카 말을 배웠는데, 그의 성적은 아주 뛰어났다. 그는 신중하고 분별력 있는 뛰어난 학생이었다. 그런 그에게 궁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음모나 허영생활은 귀족생활에 염증을 느끼도록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열 살이 되기 전인 그날, 그는 순결을 서약했다! 피렌체의 아눈치아타 성당의 성모상 앞에서였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그의 응답이었다. 그 무렵부터 그의 일상은 수도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채워졌다. 하느님을 향한 깊은 사랑과 믿음에 바탕을 둔 굳은 의지로 하느님께로 한 발씩 나아갔다.
1575년 무렵에는 <첫 회심>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는데,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까지 자신이 저지른 온갖 죄 안에 숨어 있는 악에 대한 생생한 깨달음을 기록한 것이었다.
1579년 알로이시오와 동생 로돌포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만토바로 옮겨갔다. 이듬해 7월 밀라노 대교구의 성 가롤로 보로메오 추기경(1538-1584년, 1610년 시성)이 사목여행 중 곤자가 가문을 방문했을 때 알로이시오는 첫영성체를 할 수 있었다. 7월 22일이었다.
이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교리 과정 중 그는 트리엔트 공의회의 <로마 교리서>와 성 가니시오의 교리서들을 통독했다. 이런 과정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성체께 대한 신심이 그의 내면에 중심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알로이시오는 미사에 참례하여 성체를 영하는 날마다 단식하며 경건하게 준비했다. 기도와 영적독서 등의 영성생활에 충실했으며, 분노와 조급증 등의 결점을 고치는 노력도 겸했다. 자신도 아직 어린 나이면서도 가난한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 무렵에 예수회 선교사들의 체험이 담긴 책 <인도에서 온 편지>를 읽고는 예수회에 들어가 선교사로 살고 싶은 강한 열망을 갖게 되었다.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청소년 교육에도 앞장서는 예수회에 마음이 크게 끌렸다.

예수회 입회

1581년 오스트리아 황후 마리아가 스페인 마드리드로 돌아갈 때 곤자가 가문도 수행단과 동행하면서 알로이시오와 가족은 마드리드로 이주했다. 알로이시오는 필립 2세 왕궁에서 왕자 돈 디에고의 시종으로 지내면서 철학을 공부했다.
그런데 그가 모시던 왕자가 사망하고 1583년 8월 15일, 알로이시오는 성모님 앞에서 기도하던 중 예수회에 입회할 것을 결심했다. 자신의 소명에 강한 확신을 주는 신비적인 체험을 했던 것이다.
그 체험을 계기로 그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동생 로돌포와 하인들과 함께 길을 가던 중 예수회 수도원의 계단에 주저앉아 하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며 자신의 뜻을 아버지에게 전하게 했다.
그러나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완강히 반대하며, 일단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원하는 대로 하라고 아들을 설득했다. 고해사제인 예수회 신부도 입회를 위해서는 아버지의 허락을 먼저 받으라고 조언했다. 알로이시오가 이탈리아로 돌아가자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을 돌려 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반면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하느님께 바치고 싶었기에 그런 마음을 반겼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아버지도 아들의 간절한 소원을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1585년 11월 25일, 알로이시오는 로마에 있는 예수회에 입회할 수 있었다. 이듬해 2월 15일에 아버지가 사망하자 잠시 집에 들러 모든 일을 정리한 후부터는 수도생활에 정진했다.

수도생활, 시복, 시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성인의 시신이 안치된 로마의 성 이냐시오 성당 내부

알로이시오 수사는 1587년 11월 25일 첫 서원을 한 뒤 곧바로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를 가르쳤던 모든 교수들이 인정할 정도로 그는 뛰어난 학생이었다. 그런 한편 예수회 최초의 교수였으며 “학식에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학식이 뛰어났던 성 로베르토 벨라르미노(1542-1621년, 1930년 시성, 교회학자) 신부가 그 시기에 알로이시오의 영성 지도자로서 큰 영향을 끼쳤다.
알로이시오 수사는 학업에 정진하면서 성덕을 닦는 데도 극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훗날 정결에 대한 은사를 받은 성인으로 공경 받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그리고 수도생활 중에도 정결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또한 자신의 악습을 이기는 수련에도 아주 적극적이었다. 수련장 페스카토레 신부가 그의 지나친 금욕과 장시간의 기도를 저지시켜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알로이시오 수사는 내적 수련 외에도 병원이나 감옥을 자주 방문하여 봉사했다.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잔병치레를 자주 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봉사에 나섰다.
그가 첫 서원을 한 지 4년째 되던 1590년, 다시금 유럽을 돌고 있던 흑사병이 로마에도 퍼지고 있었다. 흑사병은 유럽에서 1340년대에 처음 창궐하여 당시 유럽 인구의 약 30%를 죽음에 몰아넣고 사회 구조를 붕괴시킬 정도로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흑사병에 알로이시오 수사도 전염되고 말았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흑사병 환자들을 씻기고 간호하던 중 전염되었던 것이다. 1591년 3월 초였다.
그때부터 3개월간이나 병고에 시달리던 어느 날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특별한 은총을 허락해주셨다. 그날 밤새도록 탈혼 상태가 계속되었는데, 그런 중에 자신이 성체 성혈 대축일 8부일에 죽게 됨을 알게 됐다. 그리고 바로 그날, 6월 21일에 알로이시오 수사는 십자고상을 응시하며 예수님을 부르면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스물세 살이었다. 현재 그의 시신은 로마에 있는 성 이냐시오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이냐시오 성인은 예수회의 설립자이다.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사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시복을 위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1621년 교황 그레고리오 15세는 그를 복자로 선포했으며, 1726년 12월 31일 교황 베네딕토 13세는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사를 성인의 반열에 올렸다(축일 6월 21일). 그 후 알로이시오 곤자가 성인은 청소년들의 수호성인, 모든 신학생들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예수회 전 총장 콜벤바흐는 알로이시오 곤자가 성인을 이렇게 칭송했다.
“알로이시오 성인은 어떤 환경에서도 용기를 가지고 참 왕이며 참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충실한 벗으로 살았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졌던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주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하여 오히려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께 쓴 편지

존경하올 어머니, 어머니의 편지가 제 손에 닿았을 때 저는 아직도 죽은 이들의 땅인 이 세상에 있었습니다.
어머니, 이제 산 이들의 나라에서 영원하신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천국을 갈망해야 합니다. 저로서는 벌써 그곳에 가 있고 싶었고 이미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 줄로 진정코 생각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사랑은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주고, 우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울어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도 저와 함께 무한한 기쁨을 가지셔야 합니다. 어머니의 은덕으로 하느님께서 저에게 참된 행복을 보여주셨고 그것을 잃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시어 두려움에서 건져 주셨습니다.
어머니, 바다만큼 깊고 또 끝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묵상해볼 때 제 정신은 그 광대함에 압도되고 맙니다. 주님께서 이렇게도 짧고 보잘것없는 저의 수고를 보시고 어떻게 저에게 영원한 안식이라는 보상을 주실 수 있는지, 또 이제까지 게을리 찾던 저를 천국의 무한한 행복으로 초대하실는지, 또 그것을 얻으려고 그다지도 적은 눈물을 흘린 저에게 많은 고생과 눈물의 보상인 그 보화를 주시려 하실는지요!
존경하올 어머니, 이것을 거듭거듭 생각하시고, 주님 면전에서 살아있고 이 세상에 있을 때보다 저 자신의 간구로써 어머니를 더 염려해드리는 저를 어머니께서 죽은 사람인 듯 슬퍼하심으로써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거스르지 않도록 하십시오. 우리의 이별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 우리 구원이신 주님과 결합하여 불사불멸의 끝없는 기쁨을 누리고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찬미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미 주신 생명을 잠시 동안 거두시는 것은 우리를 더 안전한 자리에 두시고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려는 은총의 선물로 꾸며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존경하올 어머니, 어머니와 우리 가족이 제 죽음을 하느님의 기쁜 선물로 여기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제 희망의 성취인 그 항구를 향해 바다를 건너가는 동안 어머니께서 저를 친히 축복하시어 보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들로서 어머니께 바쳐야 하는 존경과 사랑을 더 확실히 보여드릴 수 없기에, 어머니께 이 편지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