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성詩聖 단테가 「신곡」에서 천국의 넷째 하늘에 살고 있는 지식인들 중 한 사람으로 꼽은 베다 성인은 672(673)년 영국의 노섬브리아 왕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7세 때 부모들의 뜻에 따라, 웨어머스의 성 베드로 수도원 베네딕토 비스코프 아빠스에게 맡겨졌다.성 베네딕토 비스코프 아빠스(628-690년, 축일 1월 12일)와 베다 성인의 인연은 각별하다. 성 비스코프 역시 노섬브리아에서 태어났으며, 베다 성인이 7세 때 만난 후 두 사람의 인연은 끝까지 이어졌다. 674년에 비스코프는 프랑스의 장인들의 손을 빌려 당시 영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공법으로 수도원을 지어 성 베드로에게 봉헌했는데, 지금도 유명한 웨어머스Wearmouth의 성 베드로 수도원이다. 그리고 682년에는 두 번째 수도원을 지어 성 바오로에게 봉헌했는데, 재로Jarrow의 성 바오로 수도원이다.
베다 성인은 처음 몇 년은 성 베드로 수도원에서 지내다가 685년부터는 성 바오로 수도원으로 옮겨 이 수도원의 수도자가 되었고 이곳에서 일생을 보냈다.
우리 스승이신 베다 존자
보니파시오 성인이 “성령의 빛이며 교회의 빛”, “우리 스승이신 베다 존자”라고 칭송했던 베다 성인은 19세에 부제 서품을, 30세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는 몇 번의 짧은 여행과 이웃 수도원들을 방문하는 시간 외에는 생애의 대부분을 재로Jarrow의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보냈다. 거기서 그는 성경 연구에 온 힘을 쏟고, 교회사를 비롯한 수많은 저술을 남겼으며, 수도자들의 교육에 헌신하여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리하여 그는 살아있을 때 이미 “가장 박학한 사람”으로 존경을 받았으며,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이 공부한 사람”이 되었다.
베다 성인의 주된 즐거움은 “공부하고 가르치며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의 태생 언어는 영어였지만 비스코프 아빠스의 지도로 라틴어를 익혀 탁월한 라틴어 실력을 갖추게 되었으며, 라틴어 성경과 서적을 열심히 공부했다. 후일 병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요한 복음을 라틴어에서 영어로 번역했다.
베다 성인의 스승인 비스코프 아빠스는 로마 등지를 순례하며 성인들의 유해, 종교 예술품, 회화, 원고, 서적 등을 수집했다. 그중 다양한 부류의 서적들은 베다 성인이 교회의 역사에 길이 남을 역작들을 남기는 데 중요한 자료와 토대가 되었다. 그런 자료를 바탕으로 베다 성인은 영문법과 과학에 관련된 저서, 성경 주해서, 역사와 전기에 관한 저서, 찬미가와 시, 서한집, 강론집, 순교록 등을 남겼다.
연대기에 관한 저술로 703년에 작성된 「시대에 관하여」와 725년에 완성된 증보판 「시대의 계산에 관하여」는 부활절 날짜를 정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베다 성인의 대표적인 역작으로 꼽히는 「영국 교회사」는 로마 장군 체사르의 침략(BC 55-54년)에서부터 성 아우구스티노와 그 일행의 켄트 도착(597년)까지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들과 영국의 영성생활과 성인들에 관해 전해준다. 성 아이다노(+651년)의 천재적인 아일랜드 선교 활동, 다르소의 테오도로가 초기 영국 그리스도교의 황금기를 연 사실 등도 소개했다. 이 책은 유럽 전역으로 전해졌으며, 그에게 “영국 역사의 아버지”, “영국 최초의 역사가”라는 칭호를 더하는 계기가 되었다.
베다 성인은 「창세기의 원리」, 「사무엘서에 나타난 비유」, 「감실과 성작, 또는 사제의 제의」, 「성전 건축」 등 여러 권의 성경 주해서를 남겼다. 그러나 그가 성경에서 찾았던 것은 일상적인 죄에 대한 징계, 늘어가는 세속의 고통에 대한 위안, 수많은 오류의 생활 속에서 합법적이거나 알맞은 영성적인 교의 등이었다. 그는 신학적인 발전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교부들의 글에서 발췌한 구절들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느님의 말씀을 연구했다. 성경에 관한 그의 저서들은 당대에 가장 권위가 있었고 중요시되었다.
“내 영혼은 그리스도를 갈망합니다”
735년 5월 26일 베다 성인은 생애의 대부분을 보냈던 재로의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그는 생의 마지막이 가까이 오고 있는 시각에도 시편을 외우고 묵상하는 일을 빠뜨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제자이자 후일 이 수도원의 아빠스가 된 커드베르트가 스승인 베다 성인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여 후세에 전해주었다.
“예수 승천 대축일 전 화요일이 되자 베다 형제의 병세는 악화되어 숨결이 매우 거칠었고 발은 약간 부어올랐다. 그러나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온종일 우리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즐거운 표정으로 자신이 저술하려는 것을 받아쓰게 하였다. 다른 여러 가지 중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습 과제를 지금 속히 배우십시오. 내가 얼마나 오래 살아있을지 아니면 잠시 후 나를 지으신 분께서 데려가실지 모르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그가 자신의 죽음이 언제 올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감사드리면서 그날 밤을 지새웠다.
수요일 아침이 밝아오자 그는, 이미 시작했던 것을 지체하지 말고 끝마치라고 우리에게 지시했다. 우리는 9시까지 그 일을 했다. 9시가 되자 늘 하던 대로 우리는 유해 행렬을 했다. 우리 중 하나가 그의 곁에 남아 있었는데, 그는 베다 형제께 ‘스승님, 스승님께서 받아쓰게 하신 그 책은 아직도 한 장이 더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질문에 계속 대답하시는 것은 무리가 되겠지요?’ 하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펜을 뾰족하게 깎고 나서 빨리 쓰시오.’ 그 형제는 스승이 지시하는 대로 했다.
오후 3시가 되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옷장 속에 몇 가지 선물, 후춧가루, 수건 그리고 향이 있습니다. 빨리 달려가서 우리 수도원의 사제들을 모시고 오십시오.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선물은 얼마 안 되지만 그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사제들이 오자 스승은 전하려는 말을 한 뒤 자신을 위하여 미사와 기도를 바쳐달라고 간청했다. 그들은 기꺼이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스승께서, 이제 그들의 얼굴을 이 세상에서 더 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자 형제들은 모두 큰 슬픔에 잠겨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다음 말을 들으며 모두 기뻐했다. ‘나를 지으신 분의 마음에 드신다면, 지금이 바로 내가 존재하기 전 무로부터 나를 지어내신 분께로 돌아갈 때입니다. 나는 오래 살았고 자비로우신 심판관께서는 내 일생을 당신 섭리로써 지켜주셨습니다. 이제 떠날 시간이 다가왔으니 내 육신이 모두 사라져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 갈망합니다. 내 영혼은 영광의 임금이신 그리스도를 갈망합니다.’ 이렇게 감화를 주는 몇 가지 말씀을 하면서 저녁을 맞았다.
젊은 형제 윌버트가 ‘스승님, 아직도 쓰지 못한 문장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하고 말하자, 스승은 ‘그 문장을 빨리 쓰십시오.’ 하고 대답했다. 잠시 후 형제가 ‘이제 다 되었습니다.’ 하자, 스승은 말했다. ‘네, 맞습니다. 다 되었습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손으로 내 머리를 받쳐주시오. 내 아버지께 기도할 수 있도록, 내가 즐겨 기도했던 성당을 향해 기대어 앉고 싶습니다.’ 스승은 방바닥에 누워 영광송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령께’ 하고 말하는 순간 숨을 거두었다. 그가 하느님을 찬미하는 데 그토록 노력했던 것을 볼 때 틀림없이 그는 자신이 늘 그리워하던 천국의 영광으로 건너갔다고 우리는 믿는다.”
베다 성인의 유해는 재로의 수도원에서 더럼 성당으로 옮겨져, 현재는 더럼 성당의 갈릴리 경당에 묻혀 있다.
가톨릭 교회는 뛰어난 지혜와 학문으로 교회에 봉사한 베다 성인의 공덕을 높이 기려 853년 아헨 교회 회의에서 그에게 ‘존자尊者,Venerabilis’라는 칭호를 부여했으며, 그 후 그의 고유 이름처럼 되었다. 1899년 교황 레오 13세가 그를 교회 학자로 선언함으로써 영국의 유일하고 최초의 교회 학자가 되었다.
1100년 이전까지 영국 전례력에서 5월 26일을 베다 성인 기념일로 지내다가 캔터베리의 성 아우구스티노의 축일과 겹치자 그 다음날로 옮겼다가, 1969년부터 5월 25일로 확정되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십니다
베다 성인이 남긴 글과 강론들에는 당연히 마리아에 관한 것도 포함되어 있으며, 그중 마리아의 노래(루카 1, 46-55)에 대한 그의 해석을 들어본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이다.’ 마리아는 이 말씀을 하실 때 우선 자신이 특별히 받은 은총의 선물에 대해 감사드리고, 다음으로 하느님께서 인류를 도우시려고 끊임없이 베풀어주시는 일반적 은혜들을 열거하십니다. ‘주님을 찬송하는 영혼은’ 자신의 모든 내적 애정과 힘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섬기는 데 바치고 계명을 지킴으로써 하느님 위엄의 권능을 항상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람의 영혼입니다. ‘우리를 구하신 하느님께 마음 기뻐 뛰노는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주시는 창조주를 생각하는 데 기쁨을 두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완덕에 도달한 사람들이 모두 합당하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하느님의 복되신 모친께서는 특히 그러했습니다. 마리아는 특별한 은혜로 말미암아 당신 태중에 기꺼이 모실 수 있었던 아드님에 대한 영적 사랑으로 불타올랐습니다. 다른 성인들보다도 마리아는 예수님 곧 당신의 구세주께 대한 더욱 큰 기쁨으로 용약할 이유를 지니셨습니다. 마리아는 구원의 영원한 근원이신 분으로 알고 있던 바로 그분을 때가 이르면 자기 몸에서 낳으리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하나인 같은 위격 안에서 참으로 자신의 아들이시고 또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능하신 분이 큰일을 내게 하셨음이요, 그 이름은 거룩하신 분이시로다.’ 여기서 마리아는 아무것도 자신의 공로로 돌리지 않습니다. 권능과 위대함 자체이시고 당신의 빈약하고 연약한 종들을 강하고 위대한 인물들로 만드시고자 작정하신 분께로 자신의 온갖 위대함을 돌리십니다.
마리아는 ‘그 이름은 거룩하신 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으로 마리아는 자기 말을 듣게 될 모든 이들에게 그분을 신뢰하고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또 그 이름에서 피난처를 구하라고 권고하십니다. 그들 역시 ‘그때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마다 구원을 받으리라.’는 예언의 말씀대로 참되고 영원한 구원의 참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은 위에서 말한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이다.’라는 데에서 말하는 그 하느님의 이름입니다. 그러므로 교회에서 저녁기도 때 우리 모두 이 마리아의 노래를 매일 부르는 것은 훌륭하고도 유익한 관습입니다. 이렇게 하여 신자들이 더 자주 주님의 육화를 상기하고 신심을 불러일으키며, 그들의 덕행을 견고하게 합니다. 교회는 또 이것을 저녁기도 때 바치기를 원했습니다. 하루가 끝나 피곤하고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갈라져 있는 영혼은 휴식을 맞는 시간에 흩어진 생각들을 이렇게 한데 모으는 것이 매우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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